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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 후기

by eaee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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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쌈은 광해군 시절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다. 광해군의 딸이 과부가 되면서 사건과 연루되면서 그 실절의 정치적 사건과 엮이는 스토리로써 잘 구성되었다. 


수 천 년 동안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모든 사람들의 스토리의 핵심은 항상 똑같다. 권력을 위한 투쟁,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악행, 악행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복수, 사랑, 희생, 후회 등이다. 그런 감정들이 역사적이고 우연한 사건들과 섞이면서 인간의 스토리들을 풍부하고 재미있게(?) 구성해나간다. 따라서 과도한 상상을 동원하는 판타지나 허구의 드라마보다는 사극이 역사적 사실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상상력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인간의 실존적인 생각들을 다시 검토해볼 수 있게 해 준다. 


광해군시절은 조선시대의 혼란상이 가장 극심한 시절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광해군의 아버지인 선조는 어떤 저항도 없이 도피하여 도성을 왜군에게 손쉽게 내어주고 피난하였다. 이를 본 백성들과 관료들은 조선왕실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다. 그 틈을 타 사대부들은 사회적 신분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데 몰두하였다. 재산을 늘리고 사병을 키우고 국가권력을 대신하여 분산된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는 그런 위태위태한 광해군 시절을 배경으로 광해군 시절을 묘사하였다. 그 당시 사회상을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일반 백성의 삶에 관한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 고증에 어느 정도 기초하여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비교적 그럴듯한 당시의 풍습과 정치상황들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역사적으로 광해군, 이이첨, 인조반정 등 당시의 인물과 사건들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겪은 후 모든 정치질서와 사회질서가 혼란을 겪는 시기였기 때문에 완벽한 영웅이 나타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판단의 혼선과 자신의 손익이 교차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변수였던 명청교체의 세계사적 흐름을 조선의 정치가들이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치권력과 외교적 혼란상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지금에는 과거를 알기 때문에 결과론으로 시시비비를 거론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에 선 한 개인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직까지 그런 모든 혼란상을 진심으로 고찰하고 만들어진 역사적 드라마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 단편적인 선악의 편에서 판단할 뿐이며 인조반정이 성공한 이후 기록된 역사에서의 진실성도 어느 정도 훼손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그려낸 각 정치주체들에 대한 묘사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이며 그 당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생각의 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사극들이 역사적 기술을 따라 결과적인 선악의 판단을 기초로 짜졌다는 점에서 사극이 갖는 장점인 ‘역사적 인물인 그 사람이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고 유치하였다면 이 드라마는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에는 올랐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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