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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진주 진주냉면 하연옥 본점

by eaee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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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냉면의 맛은 육수의 첫 숟가락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맛을 느낄 때 대부분 싫은 맛은 음식이 식으면 느낀다. 뜨거운 경우는 맛을 잘 못 느낀다. 물론 매운 경우에도 맛을 잘 못 느낀다. 곰탕이나 설렁탕이나 돼지국밥의 육수나 모든 종류의 탕 종류가 차게 식은 경우에는 누린내나 비린내가 난다. 특히 생선매운탕의 경우 차게 식은 경우에는 비린내로 먹을 수가 없다. 고기 종류에 따라서 돼지냄새나 닭 냄새가 난다. 따라서 누린내나 돼지냄새 등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주 역하게 느끼고 영영 그런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는 수도 있다.

 

평양냉면이 어려운 이유는 차게 하면서도 역한 냄새를 제거하고 재료에서 나오는 순순한 맛 만을 뽑아내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추측한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다량으로 사용하는 야채로 인하여 감칠맛이 나게 되는 데 마치 미원 맛과 같은 맛이 남는 것 같다. 그 천연의 MSG와 같은 맛을 흔히 평양냉면의 육수 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감칠맛도 제거된 아주 무미의 평양냉면의 추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기억이 남는 최고의 평양냉면의 맛은 아주 깊은 우물에서 뜬 맹물에 국수를 넣어 먹는 맛이었다. 육수에서도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그 평양냉면을 먹었던 곳은 양평의 옥천면옥 이었는데 아마도 무더운 여름에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갔다가 오는 길에 오다가 들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옥천면옥은 시골을 집처럼 그대로였고 바닥도 땅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30년도 이상 이전의 일이다. 그 이후로 양평의 옥천면옥은 먼길을 마다하고 해마다 여름이 되면 자주 방문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점차 옥천면옥의 평양냉면의 맛은 많이 변했다. 아마도 유행을 따른다고나 할까? 조금 더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평양냉면과 맛이 비슷해졌다.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미원맛과 같은 맛이다. 요즈음의 평양냉면은 대체로 미원맛과 같은 맛을 강하게 풍긴다. 
 
그 이후로 그 평양냉면의 맛을 기억하고 더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물론 유명한 평양냉면을 하는 집이 많이 생겨났고 많은 집들을 찾아다녔으나 나쁘지 않은 정도였지 큰 감동을 줄만한 맛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 진주냉면을 만드는 과정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고 진주냉면에는 소고기 육수이외에도 해물육수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진주냉면을 맛을 보려고 결심했다. 물론 서울 근교는 물론 대도시에 진주냉면을 하는 집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진주냉면을 시도도차 하지 않았다. 감동적인 맛을 기대하고 방문한 집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이제는 안 속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남도에 맛 기행을 하느라 담양을 거쳐 순천과 여수와 통영을 거친 이번 기회에 진주 하연옥의 진주냉면을 맛보았다. 진주냉면의 맛 역시 감칠맛이 강하게 났다. 그러나 다른 냉면과의 차이점은 그 감칠맛이 지속되지 않고 곧 끊어지고 그냥 시원한 맛으로 연결되었다. 처음의 맛을 강렬해서 실망했지만 곧 그 강렬한 맛은 사라지고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평양냉면과 같은 시원하고 가벼운 맛으로 돌아왔다.

 

물론 고명으로 올린 육전, 계란, 오이의 향이 지배했지만 참을 만 했다.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그런 고명이 없이 순수한 육수와 면만의 맛을 즐기고 싶었다. 물론 맛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육전의 맛과 포만감을 위한 고려도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진주냉면은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진 냉면으로 생각되었다. 순수한 냉면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맛은 잘 모르지만 배불리 한 끼를 먹기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여러 사람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냉면이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시원한 맛, 고기육수로부터 나오는 미원맛과 같은 감칠맛, 함흥냉면에서 느껴지는 쫄깃한 면발이 식감 등이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맛들이다. 그런데 사실 맛이라는 것은 어떤 느낌이기 때문에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 어떤 분류의 관념에 빠지기 때문이다. 미묘하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첫 술에 크게 감동받지 못하던 일행들도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음식은 처음에 맛있는 음식과 다 먹은 후에 맛있게 느끼는 음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강렬한 자극적인 음식들은 처음에는 아주 맛있게 느끼지만 배가 불러오고 점점 많이 먹을수록 지쳐서 음식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목에서 넘어오는 것과 같은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처음에는 그저 심심하고 무미한 맛으로 먹다가 점차 여러 가지를 먹으면서 속이 가벼워지고 다 먹었을 때에는 배가 불러도 더 먹고 싶은 음식들이 있다. 아니면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며칠이 지난 후 그 밋밋한 맛의 음식이 또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다. 대부분 그런 음식점들이 오랫동안 성공적인 음식점으로 유지되며 그런 음식을 만드는 것이 상당한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종에서 2시간이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야 진주에 도착한다. 그런 수고까지 감내할만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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