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전 세계에 약 3000여종이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것은 20여종이라고 한다.
복숭아에 관한 추억은 1960년대 시골에서 살 때 그 당시 시골 초등학교 같은 반에서 제일 잘 사는 학생이 복숭아 과수원을 하던 집 아이였다. 그 친구의 초대로 과수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 데 커다란 개가 무섭게 짖어대어 정신이 없던 기억 밖에는 없었다. 그런 기억에 비추어 볼 때 복숭아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과일 시장에서 고급과일로 활약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복숭아에 대한 생각은 2000년대 초에 상하이에서 산 적이 있는데 초여름 복숭아가 길거리에서 많이 판매되었다. 그 당시 복숭아 가격은 다른 상품에 비하여 엄청 저렴하였다. 중국 돈 10위엔 정도면 10개 이상의 튼실한 복숭아를 살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환율이 170원 정도였으니 2000원 정도의 돈으로 커다란 복숭아 10개정도를 살 수 있었다. 그 해 여름 상하이에 살면서 복숭아를 원 없이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복숭아의 맛 또한 좋았다. 과즙이 엄청나게 풍부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생간난 것인데 중국의 고전에 유독 복숭아에 관한 묘사가 많이 나온다. 도연명의 <도화원기>는 동양적 유토피아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인공이 ‘홀연 복숭아꽃이 핀 숲을 만났는데 언덕을 끼고 수백 보에 걸쳐, 중간에 다른 나무는 없고 향기로운 풀이 아름다운데 떨어지는 꽃들이 흩날렸다.’고 묘사한다. 중국 문학에서 복숭아 꽃과 복숭아에 대한 묘사가 항상 이상형이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도 긴 역사동안 복숭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에서 난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볼 때 복숭아꽃이 한없이 아름답게 펼쳐진 밭과 노란 유채꽃 밭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복숭아는 상당히 고급품으로 가격이 지금과 비교해도 크게 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비쌌던 복숭아의 맛은 균일하지 못하였다. 어떤 것은 아주 과즙이 풍부하고 맛있었지만 어떤 것은 약간을 떫은맛과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었다. 그래서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복숭아를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그런 복숭아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든 것은 상하이에서 싸고 맛있는 복숭아를 매일같이 사먹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한 동안 잊었던 복숭아에 대한 기억을 다시 되살린 것은 몇 년 전부터 세종시에서 살게 되면서 부터이다. 세종시에서 가끔씩 조치원 전통시장을 방문하게 되는 데 이때 쯤이면 조치원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1번 국도변에 복숭아를 판매하는 간이 판매대가 줄지어 생긴다. 복숭아가 판매되기 시작하면 여름이 오는 것이고 그 이전에 봄에 세종시와 조치원 사이에서는 복숭아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밭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무튼 조치원 주변에 수많은 복숭아 밭이 있어 큰 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길로 들어서면 복숭아 과수원에서 직접 수확하여 판매하는 좌판을 많이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그런 과수원에서 수확한 복숭아를 사먹게 되었는데 우선 덤을 푸짐하게 주어 무언가 횡재를 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복숭아라는 과일은 수확과 판매의 기간이 짧아 다루기 어렵고 또한 쉽게 상하기 때문에 유통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상품성이 없어진 복숭아를 보관하고 있다가 덤으로 듬뿍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복숭아의 수확시기가 아주 짧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너무 수확이 늦으면 낙과로 상품성을 잃어버리고 너무 일찍 수확하면 맛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복숭아의 수확시기가 장마철과 겹치기 때문에 비가 오면 복숭아가 맛이 없어지고 낙과가 많이 생겨 과수원 운영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 한 복숭아 과수원에서 한 상자를 샀는데 산만큼 덤으로 주어서 정말로 힘겹게(?) 복숭아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맛 또한 대단히 좋았는데 그 기억으로 매년 복숭아를 사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해부터는 왠지 복숭아가 맛도 이전 같지 못하였고 가격도 비쌌다. 날씨 때문이라는 것을 뒤에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복숭아 철이 되면 과수원에 가서 복숭아를 샀는데 어떤 해에는 한 상자의 복숭아 중에서 반 이상이 상해서 버렸던 기억도 있다. 복숭아는 생산하는 것도 보관하는 것도 먹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복숭아 과수원은 굉장히 힘든 사업이라는 것도 점차 알게 되었다. 복숭아 시즌이 시작되면 처음으로 나오는 것은 소위 ‘딱딱이’라고 불리는 딱딱한 복숭아이다. 이 복숭아는 비교적 상당기간 보관하며 먹을 수 있다. 쉽게 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출하되는 것은 황도인데 약 일주일간 수확하고 판매되는 것으로 보인다. 황도는 보관도 어렵고 쉽게 상하기 때문에 바로 먹어야 한다. 또한 맛의 일관성도 부족하여 어떤 것은 풍성한 과즙과 당도가 있으나 어떤 것은 짐짐한 맛이 나기도 한다. 황도의 시기가 지나면 백도가 나오기 시작한다. 백도 역시 황도처럼 오랜 기간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바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고 한꺼번에 많이 사면 오래 보관된 것은 상태를 장담하기 어렵다.
상품성이 좋은 크고 굵은 백도나 황도는 선물하기 좋고 가격도 비싸다. 집에서 과일로 먹으려면 식구가 많으면 과수원을 방문하여 사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복숭아를 덤으로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즉시 먹지 않으면 금방 상해버린다. 식구가 적은 경우에는 차라리 전통시장에서 적은 수량을 사서 먹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숭아는 우리나라의 음식처럼 한정된 시간 속에서 높은 품질을 나타내는 상품이다. 복숭아 과수원이 멀지 않은 곳이 살면서 크게 느끼게 된 점이다. 동양의 문학에서 복숭아에 대하여 그렇게 높이 평가되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수의 국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과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업적으로 복숭아 농장은 수익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너무도 짧은 기간에 처리되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하는 복숭아 과수원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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