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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V 책

드라마 멜랑꼴리아 후기

by eaee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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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멜랑꼴리아>는 수학 천재인 학생이 현실 사회에서 부적응으로 천재성을 잃어버릴 상황에서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스승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드라마에서 주로 다루기 좋은 소재가 천재성, 신데렐라, 초능력, 감추어진 유산 등이다.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판타지의 요소는 시청자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면에서 드라마나 영화의 흥행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판타지가 너무 과장되게 묘사된다면 공감을 받지 못하고 너무 현실적으로 만들어진다면 판타지적 흥행요소를 잃게 된다.

 

이 드라마는 그 두 가지 요소를 너무 폭이 크게 오가는 면을 보이는 드라마이다. 학교에서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드라마 <블랙독>이 현실적인 묘사가 많다면 <멜랑꼴리아>는 다소 과장된 현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된다. 현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는 블랙독이 더 좋은 드라마로 평가할 것이다. 그래도 <멜랑꼴리아>에서도 결국은 실존 철학적인 교훈을 주는 결론으로 마무리 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하여도 시청자들에게 비교적 관심이 가도록 하지만 고전적인 수학의 핵심적인 내용이나 고민들 보다는 현대 수학적 경향들을 소재로 다루어 보통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이해되도록 하는 배려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많은 장면들은 수학에 완전히 매료되어 사는 사람들이면 공감할만한 것이 있으나,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 공감하기 어려운 묘사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수학자들의 행동방식과 특징이 비교적 덜 묘사되는 점도 현실과는 차이가 나는 점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수학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너무도 독특하여 일상생활이나 캠퍼스에서 나타나게 된다. 그런 행동의 모습들을 더 치밀하게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학은 흔히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의 스트레스를 주었던 수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나 사실을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이 불러온 오해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마치 레고블록과 같이 처음부터 하나씩 생각을 쌓아 나가야 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완성된 레고블록을 던져주고 그것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면이 있다. 따라서 생각할 시간이 없다. 결과적으로 수학을 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수학을 약간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수학을 공부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자연수의 존재를 증명하라’는 과제였다. 초등학교부터 사용한 1, 2, 3...이라는 자연수가 있다고 생각했지 그것이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라는 말이 성립한다는 것도 처음 생각했다. 따라서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을 아주 싫어가는 사람도 사실은 위대한 수학자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에서는 초등학교 때 자연수가 왜 존재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고 수학을 그만둔 천재들도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생각의 깊이에 따라서 그런 자질을 타고나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수학이라는 생각의 방식을 즐길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수학은 일종의 언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화법을 익히면 되지만 과제를 내주고 그것을 시험으로 평가하여 우열을 가리는 평가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에 모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무너지게 된다.  


수학의 이해도에 관한 여러 가지의 수준별 학생들의 접근과 감정과 그것을 접근해나가는 방식들을 다루었다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받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외부에서 요구하는 객관사회의 요청과 압박과 강제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현실을 묘사한 것도 좋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결론부분에서 너무도 갑자기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객관사회의 압박을 풀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는 데 까지, 점진적인 감정의 변화와 세상을 보는 눈이 변화하는 것을 그렸다면 더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만한 드라마로 생각된다. 


수학, 사랑, 실존철학, 사회부조리 등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엮어서 드라마로 만들려는 노력이 많이 보이는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의 생각의 방식들을 잘 조절했다면 훌륭한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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