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의 기억법>은 과거를 너무도 잘 기억하는 사람과 과거를 잊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이다. 물론 과거를 너무 많이 기억하는 사람의 고통을 충분히 묘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많은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경험해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기억으로부터 닥치는 문제의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좀 아깝다. 또한 그 반대편의 경우로서 기억을 너무 쉽게 잊는 사람의 경우의 에피소드를 추가했다면 드라마의 생각이 더 깊었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는 기억을 자주 잊는 사람이 아닌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렸던 사람이 기억을 찾아내면서 갖는 상황에 대한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또한 스토커에 끌려다니는 스릴러 갖은 스토리가 너무 길게 이어져 러브스토리의 감정선과 매끄럽게 수위가 조절되지 못하여 시청자에게 애매한 감정적 상황을 만드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비교적 처지지 않는 전개와 참신한 발상에서 수준급 드라마가 되었다는 생각은 든다.
우리의 삶은 기억 속에 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쌓아올린 탑과 같다. 따라서 과거를 극복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과거에 얽매여서는 아무런 진보도 이룩할 수 없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원칙이 과거에서 나온 경험을 통해서 인과관계의 논리를 쌓아올려서 시작된다. 따라서 과거의 부정은 나의 행동의 근거와 생각의 근거를 박탈하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과거를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인간이 발전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의 결함을 인식하고 그것에서 합리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계속 간직하는 사람일수록 과거에 얽매이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변덕이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이 짧은 사람들이다. 과거에 했던 행동과 말들과 그때의 생각을 금방 잊기 때문에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과거의 생각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이라거나 완고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무튼 사람들은 그 중간에 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기억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서, 삶에서 기억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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