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세기의 명작으로 지구상의 인간들이 모여서 살고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사는 과정에 대한 흥망성쇠의 원리를 담고 있다.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을 든다면 역사의 연구가 첫 번째로 꼽고 싶다.
토인비는 인간문명이 생기고 성장하며 멸망하는 사이클을 가진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인간사회가 지속적인 발전의 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멸망과 생성을 반복하면서 발전하는 것으로 마치 한 집단으로서의 사회가 한 개인의 성장과정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토인비는 역사상 존재했던 23개의 문명을 생성과 발달과 쇠퇴의 과정을 연구하여 그것을 흥망과 성쇠의 패턴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류의 역사전체를 한 눈에 관찰하고 변화의 움직이는 원리를 탐구한다는 것은 현재의 문명이 어떻게 발전하고 멸망할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말하자면 우리의 미래를 한 눈에 보이도록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흐름은 인류의 역사가 ‘challenge’와 ‘response’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을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로 번역하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어감을 가진다. 어떤 사회나 국가가 주어진 자연환경이나 이웃국가와 사회와 같은 다른 조건에 따라서 각각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또한 내부적으로도 종교나 철학과 같은 다른 움직임의 원인에 따라서 각각 성장하거나 위험에 처한다. 그런 기회나 위험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자연재해나 외국의 침략 등 새로운 위험에 대하여 어떻게 적응하고 대처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능력에 따라서 문형의 성장과 성공이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끈질긴 생명력(resilience)와 혁신이다.
토인비는 문형의 발전에서 창조적인 소수(Creative Minorities)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 사회가 성장하려면 도전에 직면한 문제들에 해결점을 찾아내고 극복하는 데 다른 사람들을 고양시키고 따르게 만드는 개인이나 집단이 필요하다.
문명을 만들고 결정짓는 데에는 물질적인 면보다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열정이 문명의 성장의 기간 동안 사회의 내재적인 힘을 통일시키고 헌신하게 만든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신적 쇠퇴는 문명의 쇠퇴를 유도한다.
토인비는 문명을 붕괴시키는 것은 외부적인 충격이 아니라 내부적인 부패라고 한다. 창조적인 소수가 지배적인 소수로 퇴락하여 혁신과 도전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그룹의 이익을 수호하는 지배자가 되면서 문명의 하락이 시작된다. 지배적인 소수는 적응성과 창조력을 상실하고 리더쉽을 잃으면서 문명을 붕괴한다.
44년 전에 역사의 연구를 처음 읽고 그 때는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몰랐다. 이제는 세상을 경험하고 나니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가 잘 읽힌다. 언제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언제 읽어도 교훈을 주며, 언제 읽어도 궁금한 것이 있고, 언제 읽어도 앞날을 생각하게 하며, 언제 읽어도 우리사회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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