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골프를 인생과 비교하기도 한다. 삶의 본질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골프라는 운동으로 묘사한 영화는 없는 것 같다. 깊은 철학적 생각들이 골프장의 전경과 걸쭉하게 끄는 발음의 남부사투리와 어울려 가슴에 남는 영화이다. 영화가 하도 좋아서 원작인 소설책까지 구입해서 읽었다.
이 영화를 당시 골프에 입문한 아들과 같이 봤고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30대 초반이 된 아들은 다시 이 영화를 봤다. 나도 다시 이 영화를 봤다. 이 골프 영화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었다. 아들과 새벽 골프를 나갔던 장면이 마치 영화 베가번스의 전설의 첫 번째 장면을 생각나게 했다.
베가번스는 헤저드가 있는 티샷에서 공을 바다로 빠트리고 쉬자고 말한다. 우리의 앞에 닥친 공포와 부담을 벗어나는 방법은 포기하는 것이다. 더 잘하려는 의지는 몸을 굳어 꼼짝못하게 만든다. 죽도록 고통스러우면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삶의 리듬은 골퍼의 리듬이다. 우리가 리듬을 잃어버리고 산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골프에서 리듬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망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리듬을 읽고 살아가는가? 애초부터 삶에 리듬이라는 것이 있기나 했나? 남들에 치이고 자신의 욕심에 치이고 한순간도 자신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렵게 찾은 삶의 리듬이나 골프의 리듬도 한순간에 잃어버리기 쉽다.
1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동료의 죽음에 충격을 받는 상실한 전직골퍼가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것, 모두가 파산하던 대공황 시절 고통을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들, 재밋고 어렵고 푸른 잔디위에 공과 마주서서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며 자신에게 페널티를 주는 운동은 인생을 사는 과정과도 같다.
이 영화는 그것을 일깨워준다. 한 라운드를 돌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과 실수와 자책과 성과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인간의 삶의 과정을 담고 있는 스포츠이다. 진정으로 골프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생을 이해한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라는 운동을 평생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베가번스의 전설’은 골퍼라면 꼭 봐야하는 영화이며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영화이다. 눈을 뜨면 페어웨이가 보인다. 공이 가야할 길을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가야할 길을 찾아낸다.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에게 맞는 샷을 배속에서 가지고 나온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샷이 있다. 우리 인생의 길도 그와 같다. 마음을 비우고 밀물과 썰물 계절의 변화 모든 자연이 일치가 되는 것을 영혼으로 느끼며 샷을 한다. 생각하지 않고 느낀다. 우리의 인생에도 조영히 밤에 눈을 감고 생각하면 삶과 길이 느껴진다.
삶과 인생과 골프의 리듬을 살아나게 만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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