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다. 유치하지 않다. 실존철학적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나이가 들어도 모호한 개념이다. 어떤 철학자는 사랑을 정의하기를 영혼을 지배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했다. 사랑이 많이 헷갈리게 하는 개념은 지배, 배려, 희생, 연민, 우정, 욕망, 거래 등과 구별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들이 섞인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을 멋있게 묘사한다. 사실 젊은 나이에 시간들이 그렇게 멋있기가 어렵다. 젊은 시절 감정에 흔들리고, 실수 투성이 이고, 말도 잘 못하고, 상황 파악도 안 된다. 나중에서야 그것을 안다. 나이가 들어서서 옛일을 생각하면 자신이 후회되는 것들을 기억하게 된다.
<첫사랑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는 젊은 시절 멋있게 지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보상이라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이성을 만나는 상황을 좀도 멋있게 대응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실이란 비참한 것이다. 누구나 부족한 것이 있다. 명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용모가 부족할 수도 있고, 궁핍할 수도 있고, 자신감이 부족할 수도 있고, 성격이 모날 수도 있고 등등. 자신이 부족한 것은 자신만이 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이 부족한 것을 숨기려고 한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과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남을 속이는 것이 된다. 사랑이란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가지고 타인의 본질을 만나는 것이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거짓말할 필요도 없이 솔직하고 순수하게 만나는 것만이 실존적인 것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만남을 방해한다. 현실이 너무도 각박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세상은 드라마보다도 훨씬 더 진실과 실존에서 멀다. 세상은 객관사회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보이는 것에 치중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강요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객관 사회의 특징이다. 자신의 행복이나 자신의 사랑조차도 남들의 시선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객관 사회의 특징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죽음으로 한발 더 다가선다는 것이다. 인생의 최종 목표인 죽음으로 더 다가갈수록 인생은 더 진솔해진다. 더 실존적이 된다.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우리는 철이 든다고 한다. 허풍을 떨고 갖을 수 없는 것을 욕심내고 감정에 휘둘릴 경우 철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그만큼 객관 사회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철이 들지 않으면 사랑하기 어렵다. 사랑은 인간이 진실에 가까워가면서 고민하고 결정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이 영혼이 지배당하면서 노예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그 상태가 행복할 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사랑하기는 어렵다. 자신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거래하고, 지배하려고 하고, 속이려 한다. 거짓 사랑으로 지배당하는 것은 피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사랑에서 멀어지고 고독해진다. <첫사랑은 처음이라>는 드라마는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드라마이다.
설정 자체는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지만 드라마가 현실보다는 더욱 판타지를 그린다는 점에서 할 수 없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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